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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책과 영화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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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허지웅의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다. 그가 매일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써서 올려주는데,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뉴스들 보다 훨씬 핵심을 집는 이야기를 해주어 좋아한다. 글에 힘이 있다.

또 최근 그가 겪은 일들에 마음이 쓰였고, 젊은 나이에 많이 겪지 못하는 암이라는 병을 겪고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는 또 어떤 깊이가 있을까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책 한 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에세이가 주는 특권이다.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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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지 않다는 건 내게 가장 큰 불명예다.

그러니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죽지 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이다.

요컨데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그러한 집착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내가 가해자일 가능성은 철저하게 제거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피해자여야 한다는 생각은 기이하다. (중략)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결과를 감당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있는 힘껏 노력할 뿐이다. (중략)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일을 하자.

나와 내 주변의 결점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태도는 반드시 삶에서 빛을 발한다.

나라는 인간의 형태는 눈 앞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순간 결정된다.

니체,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운명론적 공포를 극복하고 반복되더라도 좋을만큼 모든 순간에 주체적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 '평온을 비는 기도'>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혐오와 배제가 융성한 세상에서 내가 어떤 이웃이 되어야 하는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인간이란 니체의 언어로 바꾸자면 '위버멘쉬'일 것이다. 이는 스스로를 극복해나가는 인간을 말한다. 내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만큼 제대로 바꾸고 극복하며 살아내겠다는 이야기다. 자기 삶을 향한 주체적인 긍정으로부터 이 용기는 나온다. 위버멘쉬는 태도이기도 하다. 단 한번의 각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다짐과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구매정보

YES24_살고 싶다는 농담

살고 싶다는 농담

오늘도 절망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작가 허지웅이 2018년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이라는 큰 시련을 겪은 뒤, 인생에 대해 이전과는 확연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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