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융공기업 취업일기/은행취업

지속가능경영과 기업철학

728x90

지속가능경영과 기업철학

IBK경제연구소장 장민영

출처 : 중소기업 CEO REPORT 2019.04월호 시론

 

 세계적 완구 회사 레고는 1932년 창립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 동안 ‘최고가 최선Only the best is good enough’ 이라는 경영철학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 경영철학은 레고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혁신의 연료가 되었다. 레고는 목재 장난감에서 신기술이 요구되는 플라스틱 완구로 사업 전환에 성공하는 첫 번째 혁신을 이뤄 냈다. 가업을 승계한 2대 경영자는 선대의 경영철학을 완벽한 품질, 무한한 놀이의 가능성 등 10가지 기본 규칙으로 세분화해 경영에 적용했다. 그 결과, 레고는 완구 블록의 표준화 및 특허등록이라는 ‘레고왕국’의 두 번째 혁신을 이루었다. 정밀한 품질은 플라스틱 블록 간 다양하고 자유로운 조합, 즉 무한한 놀이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비디오게임기, 중국산 완구 등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며 2003년 파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때 손실은 10년간  6억 달러에 달했다. 돌파구가 필요한 레고의 선택은 젊어지는 것이었다. 레고는 당시 37세 전략개발본부장이었던 요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Jorgen Vig Knudstorp를 과감히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고, 그는 ‘다시 기본으로 Back to the basic’를 혁신 모토로 삼았다.

 

 시장의 변화는 수용하되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최고가 최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레고의 기업철학과 무형 유산의 유용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최고의 블록 품질과 호환성만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철학에 근거해 방만한 사업군을 모두 정리하고 주력 사업인 블록 제품에 더욱 집중했다. 그 결과 경영 상황은 빠르게 개선되었으며, 2018년 매출 55억 달러, 순이익 12억 달러를 기록하며 87년째 지속경영을 달성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기업, 혁신의 기회를 놓친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모든 혁신 노력이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레고처럼 의미 없는 사업 다각화에 그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갈 기본the Basic이 있는 기업은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방향성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철학은 기업 지속성의 근간이며, 가장 소중한 무형의 자산일 것이다. 세대를 넘어 지속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이란 생명체는 알고 보면  ‘지속하는 기업철학Going Philosophy’의 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핵심가치가 곧 지속가능성

 핵심 가치는 내외부로부터 발생하는 수많은 위기로부터 기업을 지켜내는 뿌리가 된다. 단단한 핵심 가치를 세우고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한 기업들을 살펴본다.

 

스타벅스

인간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2000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하워드 슐츠는 2008년 스타벅스 매출이 급감하자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고, 고위급 직원들을 소집해 ‘혁신 어젠다’를 발표했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기업철학을 중심으로 커피에 대한 확고한 권위자 역할, 파트너들과의 애착 형성,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 강화 등을 포함한 핵심 가치를 확립한 것. 그는 미국 전역의 매장 문을 하루 동안 닫고 바리스타들을 재교육했으며, 콘퍼런스를 열어 각 매장의 매니저들에게도 이러한 경험을 전파했다. 

 

파나소닉

더 나은 삶, 더 좋은 세상

 파나소닉은 1990년까지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이후 2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사업은 연달아 실패했고 결국 2011년에는 7,722억 엔의 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다. 이때 사장으로 취임한 쓰가 카즈히로 사장은 ‘회사의 이익은 사회에 공헌한 보상’이라는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임직원 의식 개혁을 추진했고, 5%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고 실천에 옮긴 셈이다. 파나소닉은 이후 프리미엄 가전과 자동차용 전자부품,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목했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IBM

헌신·혁신·신뢰와 책임

 IBM은 100여 년의 역사 동안 끊임없는 변신으로 생명력을 이어왔지만, 핵심 가치는 흔들린 적이 없다. ‘고객에 대한 헌신, 회사와 세계를 위한 혁신, 모든 관계에서의 신뢰와 책임’이라는 3가지 가치는 급격한 변화 가운데서도 그들이 추구해 온 철학이다. IBM은 오랫동안 하드웨어에 주력해 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소프트웨어, 기업 컨설팅 등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양자컴퓨팅에 주력하며 또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 영역은 크게 달라졌지만 IBM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Credo(우리의 신조)

 존슨앤드존슨의 창립자 2세 로버트 우드 존슨이 1943년에 발표한 ‘Credo(우리의 신조)’는 이들의 경영철학이자 기업윤리를 상징한다. 이들은 소비자, 직원, 세계 공동체, 그리고 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책임주의는 1982년대 타이레놀 독극물 사태가 발생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누군가 타이레놀을 청산가리로 오염시켜 7명이 사망하자, 존슨앤드존슨 경영자는 곧바로 광고에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타이레놀 투약을 금해달라고 전했다. 이후 일사불란한 처리로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자로부터 더 큰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